작은 시작의 힘.
“윤호야~ 우리 고객용 앱에 카톡으로 상담하기 붙이면 안돼?”
- 해빗팩토리는 창업 2년차에 사업 전환 Pivot 하면서 설계사를 위한 보험 분석 앱 (시그널플래너) 으로 보험 영역을 시작했습니다.
- 설계사분들이 고객들의 동의를 얻어 고객의 보험 정보를 신용정보원을 통해서 수집/분석하는 것을 돕는 서비스였습니다. 하지만, 신용정보원의 가입 과정이 본인인증, 이메일 인증 등 인증 과정이 복잡해지다보니 설계사용 앱에서 고객을 신용정보원에 가입시키는 게 어려워 고객용 앱을 만들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고객용 앱을 통해서 직접 비즈니스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가 크진 않았습니다.
- 어쨌든 고객용 앱을 만들었으니, 동익이가 이동익 (공동대표)이 카카오톡 상담을 붙여보자고 했어요. 저는 그 가능성에 크게 (전혀) 기대하지 않았으나 (!) 카카오톡으로 상담하기 버튼을 붙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어요. 어려운 일이 아니니 안할 수가 없음 ㅋ 그래서 일단 붙여봤습니다!
- 해피톡 연동이니, 매니저용 서비스를 통한 보험 내역 보기 이런 건 없었고 카카오톡이 제공하는 카카오 채널톡 상담을 붙이는 수준이었습니다. 고객의 보험 내역을 보는 건, 설계사용 모바일 앱으로 보고 상담하는 것이었어요. 당시에는 동익님, 데이터팀 승은님 두 분이서 상담을 해보기로 하고 시작했습니다.
- 그런데, 상담이 들어오는거예요! 그리고 가입도 하고 싶어했어요. 당시 우리는 라이선스가 없어서 가입을 시켜줄 수가 없었죠.
- 하지만 우리는 그 가능성을 확인했으니 또 실행하기로 합니다.
- 2020년 9월에 공식적으로 보험대리점 (시그널파이낸셜랩) 을 만들고, 김성국 대표님을 포함해서 4명의 동료들을 뽑았습니다. (명화님, 단비님, 진우님 : 지금도 다니심) 우리는 고객에게 최선의 상품을 추천하는 것을 목표로 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정규직 상담사로 채용했습니다.
- 영업 개시 첫 달 (2020년 9월) 의 판매건수는 11건. 총 월 납입 보험료 기준으로는 34만원 수준이었습니다. 매출 기준으로는 약 476만원. 상담사 1인당 계약 월 납입 보험료는 11만원 수준 (업계 평균 30만원의 1/3). 앱 설치 대비 계약 전환율은 0.02%
- 하지만, 우리는 디지털 프로세스로 일하고 있고, 모든 것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bottom 라인을 확인했으니 거기서부터 높혀가면 됩니다. 퍼널을 쪼개고, 집요하게 개선하면 숫자는 개선할 수 있습니다.
- 그래서 상담은 내 보험 점검이라는 컨셉으로 바꾸고, 상담 매니저분들이 고객의 정보를 잘 확인할 수 있도록 매니저용 서비스를 고도화합니다. (매니저용 서비스의 애초 기획 의도는 이게 아니었어요. 애초의 기획 의도상 서비스는 지금은 활용치 않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1차, 2차 상담 프로세스를 나누고, 템플릿을 수백종을 만듭니다. 카카오톡 상담을 위한 SaaS 인 해피톡을 최대치로 활용해서 자동화 수준을 계속 높혀갑니다. 앱 설치한 고객 중 보장 분석을 안한 사람, 점검 신청을 안한 사람을 찾아서 푸시와 알림톡을 보냅니다.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령일, 자동차보험 푸시/알림톡을 보냅니다. 우리에게 적합한 고객을 찾아 마케팅을 진행합니다. 집요하게, 지속적으로 bottle neck 인 부분을 찾아서 개선해왔습니다.
- 2024년 2월의 상담사 1인당 계약 납입 보험료는 250만원으로 영업 개시월 대비 22배 성장했으며, 앱 설치 대비 계약 전환율은 약 6% 수준으로 300배 이상 높아졌습니다. 이에 따라 2024년 1월 매출은 약 18억 수준이며, BEP를 넘는 성과들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 시작이, “윤호야~ 우리 고객용 앱에 카톡으로 상담하기 붙이면 안돼?” 였습니다. (애틋하다)
몇 가지 얘기를 하고 싶어요.
- 파레토 법칙은 꽤 많은 자연 현상을 설명합니다. 어떤 시도가 다른 시도들을 압도합니다. 특정 채널이 다른 채널을 압도합니다. 문제는 그것이 실행해보기 전까지는 알기 어렵다는 거죠. 다양한 시도와 실험을 통해서 그 가능성을 찾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찾으면 다양한 단계, 단계의 개선을 통해서 복리 효과를 얻어야 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시도 / 발명 Invention 와 개선 Optimization 을 꾸준히 해나가야 합니다.
- 지금은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너무나 합리적이고, 전략적으로 보이지만, 그 시작은 그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는 매우 소소한 실험이었어요. 그리고 작고 귀엽게 시작해볼 수 있을만큼의 일이었기 때문에 시도해볼 수 있었어요. 우리는 그런 수많은 시도들을 통해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능성을 확인했다면 집요하게 개선해서 목표를 달성해야합니다. 성공과 실패는 0과 1인 것 같지만, 0.00001 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사람들이 0.00001 씩 더 해간 과정이기도 합니다. 물론 고객에게 선명한 금융/보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사전에 잘 갈고 닦아둔 보험 분석이 그 기반이 되었습니다. 운은 준비된 자들에게만 찾아옵니다. 리소스가 크게 들어간다고 해서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실패를 오래 준비하게 되는 경우들도 있죠. Sunken cost 때문에 뒤로 미루기도 쉽지 않습니다.
- 당장 해볼 수 있는 작은 시도들, 실험들을 더 많이 해봐야 합니다. 실패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수준으로 고객에게 빠르게 딜리버리하고, 검증해봐야 합니다. 고객에게 전달되기 전에 내부에서 계속 개선에 개선을 거듭하는 것은 사실상 검증을 미루는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의 예상과 다른 경우가 너무 많아요. 카톡 상담을 하겠어? 카톡 상담으로 보험을 가입하겠어?)
이런 고민들 계속해보면서 더 더 더 잘 해봅시다.
“윤호야~ 우리 고객용 앱에 카톡으로 상담하기 붙이면 안돼?”